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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킬 수 있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것
- URL: https://cadenceletters.com/what-glaucoma-takes/
- Published: 2026-10-25T11:50:01.000Z
- Updated: 2026-10-25T11:50:01.000Z
- Description: 내 왼쪽 눈에는 녹내장과 백내장이 함께 있다. 두 병은 '지금의 의학으로 무엇을 되돌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반대로 답한다.
- Author: Ryan Sungho Kim
- Tags: ko, longevity, #pair-2026-10-25-what-glaucoma-takes

첫 글 끝에 질문을 하나 남겼다. 지금의 치료로 지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아직 되돌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내 왼쪽 눈 안에 둘 다 들어 있다. 녹내장과 백내장. 한 눈에 같이 와 있는 두 병은 이 질문에 정반대로 답한다.

## 한번 잃으면 돌아오지 않는 세포

녹내장은 눈과 뇌를 잇는 시신경 세포(망막신경절세포)가 조금씩 죽는 병이다. 이 세포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순서다. 시야 검사에서 이상이 보일 즈음이면, 이 세포의 25\~35%는 이미 사라진 뒤라는 연구가 있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10711689/?ref=cadenceletters.com)) 그래서 전 세계 녹내장 환자의 절반 이상은 조사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자신이 녹내장인지 몰랐다. 아시아는 유럽보다 놓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33865875/?ref=cadenceletters.com))

미국 국립안연구소(NEI)의 설명은 짧다. 녹내장은 완치가 없고, 치료는 이미 생긴 손상을 되돌리지 못한다. ([NEI](https://www.nei.nih.gov/learn-about-eye-health/eye-conditions-and-diseases/glaucoma?ref=cadenceletters.com))

## 지킬 수 있는 것: 멈춤이 아니라 늦춤

그렇다면 치료는 무엇을 하는가. 안압을 낮춰서, 남은 세포가 죽는 속도를 늦춘다. 안약, 레이저(SLT), 수술 모두 결국 이 한 가지를 한다.

이 효과는 꽤 정확하게 측정돼 있다.

- 치료한 그룹과 치료하지 않은 그룹을 처음 비교한 EMGT 연구에서, 안압을 25% 낮추자 약 6년 동안 병이 나빠진 비율이 62%에서 45%로 줄었다. 진행 위험은 절반 정도였고, 안압이 1mmHg 낮아질 때마다 위험이 약 10%씩 줄었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12365904/?ref=cadenceletters.com), [분석](https://pubmed.ncbi.nlm.nih.gov/12523884/?ref=cadenceletters.com))
- 영국의 UKGTS는 가짜 안약과 비교해, 안약이 2년 안에 시야가 나빠질 위험을 56% 줄인다는 걸 보였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25533656/?ref=cadenceletters.com))
- 안압이 '정상'인 녹내장에서도 안압을 30% 낮추자 진행 비율이 35%에서 12%로 줄었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9780093/?ref=cadenceletters.com))
- 안약 대신 레이저로 먼저 치료한 사람의 약 70%는 6년 뒤에도 안약이나 수술 없이 목표 안압을 유지했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36122660/?ref=cadenceletters.com))

숫자를 오래 들여다보다 한 줄이 남았다. 치료를 받은 사람의 45%도 6년 안에 나빠졌다. 지금의 의학이 약속하는 건 멈춤이 아니라 늦춤이다. 녹내장에서 시간은 늘 내 편이 아니고, 치료는 그 속도를 조금 내 쪽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 되돌릴 수 있는 쪽: 백내장

백내장은 반대다. 흐려진 수정체를 빼고 인공 렌즈를 넣으면 된다. 수술받은 10명 중 9명은 수술 뒤 더 잘 보게 된다. ([NEI](https://www.nei.nih.gov/learn-about-eye-health/eye-conditions-and-diseases/cataracts?ref=cadenceletters.com)) 나도 2023년 오른쪽 눈 수술로 그 선명함을 돌려받았다.

다만 미국안과학회(AAO)는 선을 분명히 긋는다. 백내장 수술은 녹내장 같은 다른 병이 가져간 시력까지 돌려주지는 않는다. ([AAO](https://www.aao.org/eye-health/treatments/what-is-cataract-surgery?ref=cadenceletters.com)) 내 왼쪽 눈에서 백내장 수술이 돌려줄 수 있는 건 흐려진 렌즈까지다.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 수술 뒤 렌즈를 감싼 막이 다시 흐려질 수 있다. 핀란드에서 1만 개가 넘는 눈을 추적했더니 5년 안에 13.2%가 간단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30689988/?ref=cadenceletters.com))
- 녹내장이 있으면 넣을 수 있는 렌즈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다초점 렌즈는 녹내장 눈에 일상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리뷰](https://pubmed.ncbi.nlm.nih.gov/42558001/?ref=cadenceletters.com))
- 내 왼쪽 눈에는 2009년에 넣은 ICL 렌즈가 아직 있다. 렌즈 가운데 작은 구멍이 있는 지금의 모델은 2011년부터 쓰였으니, 내 렌즈는 그 이전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30568421/?ref=cadenceletters.com)) 이게 앞으로의 수술에 어떤 의미인지는 의사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 선이 움직이는 곳

그렇다면 되돌릴 수 없는 쪽의 선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까. 2026년, 그 선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비타민 B3.** 니코틴아마이드라는 형태의 B3가 시신경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한국 연구팀의 정상안압 녹내장 임상이 발표됐고, 4월에는 영국에서 378명 규모의 3상 임상 모집이 끝났다. 8월에는 미국 의료 기록에서 B3를 먹은 사람이 녹내장 진단을 덜 받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임상](https://pubmed.ncbi.nlm.nih.gov/41167798/?ref=cadenceletters.com), [영국 3상](https://www.ucl.ac.uk/population-health-sciences/comprehensive-clinical-trials-unit/our-trials/naming?ref=cadenceletters.com), [미국 분석](https://pubmed.ncbi.nlm.nih.gov/42424069/?ref=cadenceletters.com))

하지만 아직 증명된 건 없다. 9월에 나온 체계적 문헌고찰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고, 결과는 2027\~2029년에 나온다. ([리뷰](https://pubmed.ncbi.nlm.nih.gov/42739057/?ref=cadenceletters.com)) 미국 녹내장학회와 안과학회는 임상시험 밖에서 하루 3g 이상 먹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시험 참가자에게서 간 손상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학회 입장](https://pubmed.ncbi.nlm.nih.gov/39800263/?ref=cadenceletters.com))

**ER-100.** 첫 글에서 소개한, 시신경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 후보물질이다. 10월 8일 회사 발표에서는 녹내장 환자 3명 모두 56일까지 큰 문제가 없었고, 그중 2명에게서 시야 검사가 좋아지는 '초기 신호'가 보였다고 했다. 시야 검사 지점의 28% 이상이 4dB 넘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회사 발표](https://www.lifebiosciences.com/life-biosciences-announces-first-in-human-data-from-ongoing-phase-1-trial-evaluating-er-100-in-optic-neuropathies/?ref=cadenceletters.com))

나는 이 숫자를 조심해서 읽는다. 환자는 3명이고, 비교군이 없고, 회사가 직접 낸 발표다. 손상된 눈의 시야 검사는 같은 사람이 다시 해도 결과가 꽤 흔들린다. 그래도 '되돌린다'는 말이 사람의 녹내장 데이터에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은 기록해 둘 만하다.

**그 밖의 길은 아직 동물 단계다.** 끊어진 시신경을 다시 자라게 하는 연구는 쥐에서 진행 중이고, 시신경 세포를 새로 넣는 사람 임상은 등록된 것이 없다. ([스탠퍼드](https://med.stanford.edu/ophthalmology/news-media/news-archive/2026news/a-new-path-for-regenerating-and-protecting-the-optic-nerve-.html?ref=cadenceletters.com))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로 시력을 크게 잃은 사례는 있다. ([NEJM](https://pubmed.ncbi.nlm.nih.gov/28296617/?ref=cadenceletters.com))

**렌즈 하나로 두 병.** 되돌리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왼쪽 눈에 가장 가까운 소식이다. 미국 SpyGlass Pharma는 백내장 수술 때 넣는 인공수정체에 작은 약 패드를 붙였다. 이 패드가 녹내장 안약 성분(비마토프로스트)을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내보낸다. 10월 19일 회사 발표에 따르면, 첫 인체 시험에서 4년 뒤 평균 안압이 25.1에서 15.9mmHg로 37% 낮아졌고, 21명 중 18명이 안약 없이 지냈다. ([회사 발표](https://ir.spyglasspharma.com/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spyglass-pharma-announces-positive-4-year-data-first-human-trial?ref=cadenceletters.com))

다만 한 병원에서 비교군 없이 23명을 본 시험이고, 회사가 낸 숫자다. 3상 시험이 진행 중이고, 아직 승인된 제품이 아니다. 백내장과 녹내장이 함께 있는 눈을 수술 한 번으로 다루려는 시도다.

## 지금 할 수 있는 것

되돌릴 수 없는 병에서 가장 큰 무기는 일찍 아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가장 놀란 숫자 두 개가 있다.

- 한국의 남일 연구에서 개방각 녹내장의 약 77%는 안압이 정상 범위에서 생겼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21269703/?ref=cadenceletters.com)) 안압만 재는 검사로는 대부분을 놓친다는 뜻이다. AAO도 안압만 확인하는 검사로는 녹내장을 찾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시신경 검사와 OCT 촬영, 시야 검사를 같이 해야 한다. ([AAO](https://www.aao.org/eye-health/diseases/glaucoma-diagnosis?ref=cadenceletters.com))
- 근시가 있으면 개방각 녹내장 위험이 약 2배다. 근시가 심할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연구](https://pubmed.ncbi.nlm.nih.gov/21684603/?ref=cadenceletters.com), [메타분석](https://pubmed.ncbi.nlm.nih.gov/34648776/?ref=cadenceletters.com))

다음 진료 때 나는 이렇게 물어볼 생각이다. 내 녹내장은 어떤 유형인가. 내 목표 안압은 얼마인가. 내 ICL은 어떤 모델이고, 그게 앞으로의 수술에 어떤 의미인가.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을 함께 하는 게 나은가. 녹내장이 있는 눈에는 어떤 렌즈가 맞는가.

잃은 것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남은 것을 지키는 속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선이 움직이는 쪽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나는 의사도 과학자도 아니다. 이 글은 내가 읽은 연구를 정리한 기록이지 치료 조언이 아니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