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필요한 건 더 큰 목적이다
요약 · Summary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이야기만 보면 AI는 나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에게는 꿈같은 세상이 열리고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의 MTP와 XPRIZE, 그리고 우주로 가기 위해 바이오와 롱제비티가 맡게 될 이상하고 재밌는 역할에 대해.

AI가 만드는 어두운 면이 분명히 있다.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고,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요즘 유튜브와 인터넷에는 그런 이야기가 넘친다. 그런데 반대로, 세상이 바뀌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한테는 지금 꿈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다들 직장을 잃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AI는 매우 나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AI로 암을 고치고, 녹내장을 고치고, 자폐를 해결하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이 들을 수 있게 되고, 불치병이 낫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게 아주 싼 값에 모든 사람한테 돌아가서,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살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우리가 이런 면을 훨씬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피터 디아만디스다. 그는 여덟 살 때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리는 걸 보고, 우주로 가는 것, 그리고 인류를 데리고 가는 걸 평생 할 일로 정했다고 한다. 그가 늘 하는 말이 MTP(Massively Transformative Purpose), 우리말로 하면 '세상을 크게 바꾸는 목적'이다. 살림 이스마일이 2014년 책
XPRIZE도 거기서 나왔다. 1996년에 그는 정부가 아닌 팀이 세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우주선으로 고도 100km 우주에 2주 안에 두 번 다녀오면 1,0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상을 걸었다. 2004년 10월 스페이스십원이 그 상을 탔고, 팀들이 상을 따려고 쏟아부은 돈은 1억 달러가 넘었다. 그 기술은 버진 갤럭틱으로 이어졌다. 정부만 가던 우주를 민간이 가기 시작한 출발점 중 하나가 상금 1,000만 달러짜리 대회였던 셈이다.
나는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땅과 에너지를 뺏는 이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조금 불편한 비유지만, 임진왜란이 떠오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시대를 끝낸 뒤 서로 죽이던 무사들을 모아 조선을 쳐들어왔다.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었다. 그런데 일본 안에서만 보면, 할 일이 없어진 무사들과 다이묘들의 칼끝을 밖으로 돌린 수였다는 해석이 있다. 그들은 힘을 합쳐 평양까지, 북동쪽으로는 두만강까지 올라갔다. 결국 실패했지만, 적어도 그동안 그들끼리의 싸움은 멈췄다. 지금 지구도 폭발적인 생산성과 지능을 손에 쥐었는데, 그걸 서로 싸우는 데 쓰면 안 된다. 그 힘을 밖으로, 우주로 돌려야 한다. 다른 행성을 개척하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모으고, 우주에서 재밌게 놀 수 있는 온갖 놀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바이오와 롱제비티가 이상하고 재밌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병과 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의료와 바이오를 연구해 왔다. 그런데 우주 문명으로 나아가려면 우주에서 살 수 있는 몸이 되어야 한다. 수백 광년 떨어진 곳까지 가려면 몸의 비밀을 파헤쳐서 수명을 늘려야 하고, 긴 여행 동안 몸을 안전하게 보존해야 하고, 사고가 나도 다시 내려받아 몸을 재생할 수 있어야 하고, 전혀 다른 대기에서도 살아남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서 다른 외계인들과 즐길 수 있는 우주적인 취미와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전부 새로운 문제들이고, AI와 로봇을 어디에 써야 할지가 여기서 보인다.
XPRIZE는 이 몸 쪽 문제에도 상을 걸었다. 지금 진행 중인 가장 큰 대회가 XPRIZE Healthspan인데, 총상금 1억 100만 달러로 XPRIZE 역사상 가장 크다. 50세 이상인 사람의 근육, 인지, 면역 기능을 1년 이내의 치료로 최소 10년, 목표로는 20년 되돌리는 게 과제다. 올해 8월에 결선 20팀이 정해졌고, 부산의 피알지에스앤텍도 100만 달러를 받은 10팀에 들어갔다. 결선 팀들은 2029년까지 임상을 하고, 2030년에 최대 8,100만 달러의 최종 상금을 놓고 겨룬다.
원피스에서 루피가 끝없는 바다로 나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끝이 없는 항해를 해 나가야 한다. 항해를 떠나는 선장과 선원은 더 이상 옆집 사람과의 사소한 다툼에 관심이 없다. 저 너머에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지, 거기서 어떤 성취감을 만들어 낼지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러려면 상상력으로 더 재밌는 미래를 그리고, 그걸 이야기하고 나눠야 한다. AI가 그걸 학습해서 우리를 그 길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난하고 싸우고 좌절한 글만 쓴다면, AI는 그걸 학습할 것이다. 디아만디스가 올해 희망적인 미래를 그린 SF 영화에 35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건 Future Vision XPRIZE를 연 것도 같은 이유다. 2,500편이 넘는 작품이 들어왔고, 9월에 'The Gifted'라는 작품이 우승했다.
리더들은 우리 문명 전체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 XPRIZE는 그런 의미에서 나온 재밌는 시도다. 물론 이게 최종 답안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 발자국 나아가는 데 일조는 할 것이다.
참고
- Peter Diamandis: Discovering Your Massively Transformative Purpose (2017)
- Ansari X Prize (Wikipedia) · NBC News: SpaceShipOne wins $10 million X Prize (2004)
- XPRIZE Healthspan 대회 페이지 · 결선 20팀 발표 (2026-08-11)
- 한국경제: 피알지에스앤텍, XPRIZE 헬스스팬 결선 진출 (2026-08-12)
- XPRIZE: The Gifted wins the Future Vision XPRIZE (2026-09-26) · Fortune: Peter Diamandis offers $3.5 million to filmmakers (2026-03-09)
- Japanese invasions of Korea, 1592–1598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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