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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가능한 문제를 풀 차례다

요약 · Summary

가장 똑똑한 고등학생이 100단계를 생각해야 풀리는 문제가 있고, AI는 이제 1,000단계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붙들어야 할 건 불가능에 가까웠던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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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가능한 문제를 풀 차례다

지난 글에서 AI 거품을 결국 누가 갚느냐는 얘기를 해서, 내가 AI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처럼 읽혔을 수도 있다. 사실은 반대다. 나는 AI에 굉장히 긍정적이다. 돈이 어디서 막힐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이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의심이 별로 없다. 요즘은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 인류는 불가능에 도전해야 한다.

이 생각을 정리하게 된 건 영상 두 개 덕분이다.

하나는 에릭 슈미트의 인터뷰다. 구글을 오래 이끌었고 지금은 로켓 회사 Relativity Space의 CEO인데, 블랙스톤 팟캐스트에 나와서 나이가 들수록 잃을 게 적으니 위험을 더 져야 하고, 그러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보는 게 낫다고 말한다. 올해 71살인 사람이 하는 말이라 더 와닿았다.

그가 지난 1년 동안 AI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은 건 깊은 추론(deep reasoning)이다. 예전 AI는 생각을 좀 하다가 수학 얘기를 하던 중에 프랑스 문학으로 새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8시간 동안 한 문제를 붙들고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의 사슬이 1,000단계, 2,000단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1,000단계를 생각하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젊은 사람들에게 뭘 공부하라고 하겠냐는 질문에는, 예전엔 생물학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깊은 추론이라고 답한다.

다른 하나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서인석 교수의 영상이다. 본인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은메달리스트이고, 구글 제미나이의 IMO 답안을 검토하는 일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교수 설명으로는 IMO 여섯 문제 중 가장 어려운 6번은 연역 단계로 쪼개 보면, 나누는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100단계가 넘는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고등학생 중에 이 문제를 푸는 건 한 해에 10명 남짓이다. 2025년 7월 AI가 처음 IMO 금메달 수준의 점수를 받았을 때도 6번만은 못 풀었다.

두 영상을 같이 놓고 보니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이 머릿속에서 100단계를 밀고 나가야 풀리는 문제가 있고, AI는 이제 1,000단계를 생각한다. 두 사람이 세는 '단계'의 기준이 정확히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고 본다. 지금 AI는 사람 중에 가장 깊이 생각하는 사람보다 열 배쯤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몇 년 안에 그게 100배, 1,000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붙들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 작은 건 아닐까. 우리 인지 능력 안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점점 AI가 알아서 풀어갈 것이다. 사람이 할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문제를 꺼내 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거기까지 온 건 아니다. 슈미트도 진짜 '발견'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업계에서 쓰는 시험이 있는데, 1902년까지 알려진 지식만 컴퓨터에 넣었을 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업계의 답은 '아니다'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2년이면 된다고 보지만, 슈미트는 어쩌면 10년 안쪽으로 본다. 서 교수도 사람이 생각의 깊이가 모자라서 못 푸는 난제는 AI도 아직 못 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알아야 할 분야가 너무 넓어서 한 사람이 평생을 써도 닿지 못했던 문제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고 한다.

AI가 바꾸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쌓아온 해자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 오래 쌓은 기술이나 노하우가 AI 앞에서 예전만큼 회사를 지켜주지 못하고, 그게 기업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그럼 남는 해자는 뭘까. 내 생각에는 불가능한 걸 가능하다고 믿는 그 믿음 자체다. AI는 시키는 방향으로 아주 깊이 생각해 주지만, 어느 쪽을 볼지는 결국 사람이 정한다.

슈미트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도구로 자기 꿈을 엄청나게 키우는 방법을 찾으라고, 이제 한계는 호기심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뿐이라고. 내 식으로 말하면 이렇다. 각자 자기가 간절히 원하는 미래를 아주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리고, 그쪽으로 AI를 채찍질하면 다가갈 수 있다.

내가 눈이라는 주제를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내 왼쪽 눈에는 녹내장과 백내장이 같이 있다. 백내장은 수술로 흐려진 렌즈를 바꾸면 되지만, 녹내장으로 죽은 시신경 세포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 지금의 의학은 눈을 주로 광학으로 다룬다. 렌즈를 바꾸고, 안압을 낮추고, 더 나빠지지 않게 지킨다. 세포를 되살려서 시력을 생물학적으로 되돌리는 건 아직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이렇다. 먼저 시력을 포함해서, 망가진 몸을 생물학적으로 되돌리는 시대를 내 몸으로 앞당기는 것. 더 나아가 우리 몸의 기능을 자유롭게 끌어올려서, 언젠가 우주에도 나갈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것. 나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AI가 1,000단계, 10,000단계를 생각하는 시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 눈에서부터 시작해서 이 주제를 붙들고 공부하고, 이렇게 글로 남긴다.

이제는 무한한 긍정주의를 가지고,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불가능을 향해 달려가려고 한다. 100년 뒤에나 올 것 같은 미래를 보고 달리면, 아마 3~5년쯤 뒤부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간절히 원하는 미래는 어떤 그림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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